데이터 기준: 2026-06-13 dartlab 실측 — 호텔신라(008770) 연결 재무제표(CFS) 기준. 매출의 약 90%가 면세(TR) 부문, 나머지가 호텔&레저(신라호텔·신라스테이).
핵심 숫자: 매출 4.07조 (2019 정점 5.72조 미회복) · 영업이익 +135억 (2019 정점 2,959억의 1/17) · 2025 당기순이익 -1,728억 · 부채비율 220%
이 글의 용어: 면세(TR) = 공항·시내 면세점 사업 · 따이공(代購) = 한국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 중국에 되파는 보따리상 · 송객수수료 = 따이공·여행사가 손님을 데려오면 면세점이 매출의 일정 비율을 떼어 주는 커미션 · MAG(최소보장임대료) = 공항 면세 자리를 빌리며 매출과 무관하게 내는 고정 임대료 · 영업이익 = 본업에서 번 이익 · 당기순이익 = 영업외 손익·세금까지 다 합친 최종 이익.
프롤로그 — 손님이 줄었는데 더 벌었다
2023년, 신라면세점의 어느 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30% 줄었다. 그런데 그 분기 면세 부문 영업이익은 오히려 세 배 가까이(약 +192%) 뛰었다. 장사가 안 됐는데 더 벌었다. 오타가 아니다. 이 회사는 어느새 손님이 많을수록 가난해지고, 손님이 사라질수록 부유해지는 이상한 가게가 되어 있었다.
시작은 정반대였다. 1967년, 박정희 정부는 외국 귀빈을 맞으려고 영빈관을 지었다. 손님을 환대하기 위해 태어난 건물이다. 그 건물을 삼성이 인수해 1979년 신라호텔이 됐고, 1986년 호텔 안에 면세점 카운터 하나가 생겼다. 그리고 56년 뒤, 그 후예인 회사는 손님이 안 와야 웃었다.
이 장면이 강한 이유는 “매출 감소”와 “이익 증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장사는 손님이 늘면 매출이 늘고, 매출이 늘면 이익도 따라온다. 호텔신라의 면세 장부는 반대로 말했다. 손님과 물량이 줄었는데 이익이 좋아졌다. 그러면 독자는 물어야 한다. 줄어든 것은 정말 나쁜 매출이었나. 혹시 그 매출은 회사에 남는 돈보다 더 많은 비용을 끌고 들어왔던 것은 아닌가.
호텔신라의 문제는 손님이 없어서만이 아니다. 손님을 데려오는 비용이 너무 커졌다는 데 있다. 면세점은 매장을 열어 놓는다고 손님이 저절로 오는 사업이 아니다. 공항 자리를 따내야 하고, 시내 면세점에는 따이공과 여행사를 통해 물량을 끌어와야 한다. 그래서 매출이 늘 때마다 그 매출을 만든 채널에도 돈이 나간다. 매출이 회사 장부에 찍히는 순간, 이미 상당한 몫은 다른 사람의 몫으로 예약되어 있다.
어떻게 손님 맞으려 태어난 회사가, 손님이 줄어야 돈을 버는 회사가 됐을까?
관통선은 하나다. “매출은 자기 장부에 멀쩡히 남았는데, 왜 이익은 손님과 함께 남의 손으로 떠났는가?”
답을 먼저 쓴다. 호텔신라의 매출은 약 90%가 면세점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면세점은 손님을 직접 맞지 않는다. 손님을 데려오는 자 — 따이공(보따리상)과 공항 — 이 그 사이에 있다. 따이공에게는 정가의 절반에 가까운 송객수수료를, 공항에는 매출과 무관한 고정 임대료를 낸다. 그래서 매출은 신라의 장부에 찍히지만, 그 매출에서 남아야 할 이익은 손님을 데려온 자들의 주머니로 흘러간다. 매출(양)을 빼앗긴 회사도, 단가를 빼앗긴 회사도 아니다 — 매출에서 누가 이익을 가져가느냐, 그 귀속을 빼앗긴 회사다.
이 글에서 “손님이 줄수록 더 잘 번다”는 말은 영구 법칙이 아니다. 2023년 특정 분기에 드러난 역설이고, 그 역설이 보여 준 구조를 읽자는 뜻이다. 좋은 손님이 줄면 나쁘다. 직접 찾아오는 손님이 줄면 호텔과 면세 모두 어렵다. 그러나 비싼 수수료를 주고 데려온 손님, 매출은 크지만 마진을 남기지 못하는 물량이 줄면 손익은 좋아질 수 있다. 호텔신라의 핵심은 손님의 숫자가 아니라, 그 손님에서 남는 몫이다.
그래서 첫 질문을 바꿔야 한다. “중국 손님이 언제 돌아오나”가 아니다. “돌아온 손님의 이익은 누구에게 남는가”다. 이 질문 하나가 영빈관, 면세 카운터, 따이공, 공항 임대료, 인천공항 철수를 모두 연결한다.
1막 — 국가가 손님 맞으려 지은 집 (1967~1979)
왜 영빈관에서 시작하나. 호텔신라의 출생증명서는 호텔이 아니라 국가의 환대다. 1967년, 정부는 외국 국빈을 맞을 숙소로 장충동에 영빈관을 지었다. 1973년 7월 국세청이 이 국유 영빈관 매각을 결정하자 삼성이 인수했고, 같은 해 11월 회사 이름을 ‘㈜호텔신라’로 바꿨다. ‘신라’는 천년 왕조의 찬란한 문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1979년 3월, 창업주 이병철의 지시로 서울신라호텔이 문을 열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것 — 그것이 이 회사의 본업이자 DNA였다. 1973년에 인수한 한옥 영빈관은 지금도 호텔의 연회장으로 남아 있다(이부진 대표의 취임식도 이 영빈관 에메랄드홀에서 열렸다).

이 막의 끝에서 다음 막의 씨앗이 심긴다. 손님을 맞이하던 호텔 안에, 작은 카운터 하나가 생긴다.
영빈관이라는 출생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이 회사가 원래 무엇을 팔았는지를 보여준다. 영빈관과 호텔은 공간, 서비스, 시간, 품격을 판다. 손님이 직접 찾아오고, 호텔은 그 손님에게 방과 식사와 행사를 제공한다. 돈을 내는 사람과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비교적 가깝다. 이 구조에서는 손님을 맞는 능력, 브랜드, 입지, 운영 품질이 이익을 만든다.
면세점은 다르다. 면세점도 손님을 상대하지만, 손님을 데려오는 길목이 훨씬 중요하다. 공항은 자리를 쥐고, 여행사는 단체 손님을 쥐고, 따이공은 대량 구매 물량을 쥔다. 호텔은 손님을 직접 맞는 사업이고, 면세는 손님이 지나가는 길목을 사거나 빌리는 사업이다. 호텔신라의 50년 역설은 여기서 시작한다. 환대로 태어난 회사가, 길목 비용에 눌리는 회사가 된 것이다.
2막 — 카운터 하나 (1986~2009)
왜 면세점이 중요해지나. 1986년, 서울신라호텔 안에 신라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처음엔 호텔에 묵는 외국 손님을 위한 부대시설, 환대 본업 곁의 작은 사업이었다. 1991년 호텔신라는 한국거래소에 상장한다 — 지금도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상장된 호텔 회사다.
이 작은 면세 카운터가 훗날 호텔 본체를 통째로 삼킬 것이라고는, 당시엔 아무도 몰랐다. 씨앗이 자라려면 거대한 외부의 비가 필요했다. 그 비는 2010년대에 중국에서 내린다.
작은 카운터의 장점은 분명했다. 호텔에 온 외국 손님은 이미 구매 의사가 있는 고객이다. 면세 혜택은 가격 매력을 만들고, 호텔이라는 공간은 신뢰를 준다. 이때의 면세는 환대 본업을 보완하는 부대 수익에 가까웠다. 문제는 부대 수익이 너무 빨리 커졌다는 점이다. 커질 때는 좋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회사의 질문이 바뀐다. “호텔 손님에게 무엇을 팔까”가 아니라 “어떻게 더 많은 외부 구매자를 데려올까”가 된다.
질문이 바뀌면 비용 구조도 바뀐다. 호텔 손님은 호텔 브랜드로 온다. 따이공 물량은 수수료로 온다. 공항 손님은 임대료를 내고 얻은 자리에서 온다. 같은 매출이라도 어느 손님인지에 따라 남는 돈이 다르다. 호텔신라가 면세 비중을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더 큰 시장으로 간다는 뜻이 아니라 더 비싼 채널 의존으로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막의 끝에서 다음 막으로 넘어간다. 중국이 문을 열어 준다.
3막 — 중국이 열어 준 문 (2010~2018)
왜 면세가 호텔을 삼켰나. 2010년대 중국 관광객과 한류가 한국 면세 시장을 폭발시켰다. 시내 면세점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약 15%에서 2014년 약 70%로 뛰었다. 2010년 한국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1위 면세 시장에 올랐다. 한류 스타가 면세점 광고 모델이 되고, K뷰티가 그 매대를 채웠다. 그 매대를 채운 K뷰티의 글로벌 유통은 실리콘투, 제조는 콜마 같은 기업이 받쳤다.
신라면세점은 이 파도를 타고 글로벌로 나갔다. 2014년 싱가포르 창이공항 향수·화장품 사업권을 따내며(기존 사업자를 제치고) 해외 성년식을 치렀고, 2018년에는 매출 약 62억 달러로 세계 3위 면세 사업자에 올랐다. 1986년 호텔 안 카운터 하나가, 약 30년 만에 세계 톱3가 된 것이다.
자리를 차지하는 전쟁, 손님을 사오는 전쟁
이 성장은 거저 온 게 아니라 두 개의 전쟁 위에 있었다. 하나는 자리를 차지하는 전쟁이었다. 2014년 신라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향수·화장품 사업권을 기존 사업자를 제치고 따내며 해외 무대에 올랐고, 2015년에는 국내 시내면세점 특허 전쟁이 벌어졌다. 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은 합작사(HDC신라)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특허를 따냈고, 같은 해 말 두산·신세계가 새로 진입하고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이 탈락하면서, 면세 시장은 롯데·신라 양강 구도에서 여러 사업자가 다투는 구도로 재편됐다.
다른 하나는 손님을 사오는 전쟁이었다. 자리가 늘어날수록 그 자리를 채워 줄 중국 손님은 한정돼 있었고, 그 손님을 데려오는 따이공의 몸값(송객수수료)은 경쟁이 격해질수록 함께 뛰었다. 두 전쟁은 같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 자리를 얻는 비용과 손님을 얻는 비용이 동시에 오르면서, 매출은 커졌지만 그 매출에서 남길 몫은 점점 얇아졌다.
그 사이 무게중심이 완전히 넘어갔다. 호텔신라 매출의 약 90%가 면세(TR)에서 나오게 됐다. ‘호텔 회사’가 사실상 ‘면세 회사’가 된 것이다. 2010년 12월,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취임식은 그 영빈관 에메랄드홀에서 열렸다). 그는 훗날 신규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 “사업 선정이 잘되면 다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내 탓이니 걱정하지 말라.”
여기서 멈칫: 고급 호텔의 정체성을 가진 회사가, 알고 보니 매출의 90%를 면세점에서 — 그것도 상당 부분을 보따리상에게 — 의존하고 있었다.
이 막의 끝에서 다음 막의 질문이 정해진다. 중국이 열어 준 문은, 중국이 닫을 수도 있다.
4막 — 사드의 역설 (2017)
왜 위기에도 매출이 사상 최대였나. 2017년 사드 배치에 중국이 단체관광 판매를 막았다. 관광버스를 타고 오던 요우커(중국 단체관광객)가 사라졌다. 그런데 그해 한국 면세 매출은 오히려 +20.7%, 약 128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외국인 매출 비중은 85.9%까지 올랐다.
방한 중국인은 사드 직후 800만 명대에서 400만 명대로 거의 반토막 났는데도 면세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 사람(관광객)과 매출(따이공 물량)이 따로 노는 구조가 이때 굳어졌다.
비밀은 따이공이었다. 단체관광객(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한국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 중국에 되파는 전문 보따리상(따이공)이 메웠다.
위기처럼 보였던 사드는, 사실 더 위험한 모델로의 전환을 가린 장막이었다. 회사는 손님을 맞이하는 사업에서 물량을 사 가는 중간상에 의존하는 사업으로 조용히 옮겨갔다.
이 막의 끝에서 다음 막으로 넘어간다. 그 중간상에게, 회사는 얼마를 내야 했나?
5막 — 절반을 남에게 주는 가게
왜 팔아도 남지 않나. 따이공은 공짜로 물건을 사 가지 않았다. 면세점들은 따이공과 그들을 데려오는 여행사에 송객수수료를 줬다 — 손님을 데려오면 매출의 일정 비율을 떼어 주는 커미션이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 수수료는 정가의 40~50%까지 치솟았다. 100원어치를 팔면 4~50원을 손님 데려온 자에게 주는 셈이다.
이게 왜 치명적인가. 면세업의 영업이익률은 잘 나와야 한 자릿수~20% 수준이다. 손님을 데려오는 비용(수수료)이 그 마진을 넘어서면, 매출을 늘릴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 한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송객수수료는 면세 매출의 약 22.5%까지 차지했다(특정 시점의 외부 인용 수치이며, 회사가 비용 항목을 분기별로 공개하지 않아 추세는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매출과 이익 사이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다. 매출은 신라의 장부에 찍히지만, 그 매출에서 남아야 할 돈은 손님을 데려온 따이공과 자리를 빌려준 공항으로 샌다. 이것이 관통선이 말한 ‘마진의 귀속’을 빼앗긴 상태다.
게다가 그 ‘갑’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졌다. 2019년 중국이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해 따이공에게 사업자 등록과 관세 신고를 의무화하자, 개인 보따리상은 줄고 그 자리를 소수의 기업형 따이공이 차지했다. 면세점이 상대해야 할 따이공의 수가 줄고 덩치가 커질수록, 협상의 칼자루는 더욱 따이공 쪽으로 넘어갔다. 손님을 데려오는 자가 적어질수록 그들에게 줘야 할 몫은 오히려 커지는 — 또 하나의 역설이다.
이 막의 끝에서 다음 막으로 넘어간다. 그 구멍은 손익계산서에서 어떤 모양으로 보이는가?
5.5막 — 수수료와 임대료, 두 개의 다른 덫
왜 송객수수료와 MAG를 같은 비용으로 보면 안 되나. 둘 다 이익을 빼앗지만 작동 방식이 다르다. 송객수수료는 매출과 같이 움직인다. 따이공이 물량을 더 가져오면 매출도 늘고 수수료도 늘어난다. 그래서 매출을 늘리는 순간 비용도 같이 붙는다. 이 비용은 변동비처럼 보이지만, 협상력이 따이공 쪽에 있으면 회사가 마음대로 줄이기 어렵다.
MAG는 다르다. 공항 자리를 빌리는 비용이다. 매출이 늘어도 내고, 매출이 줄어도 낸다. 고정비에 가깝다. 좋은 시절에는 공항 자리가 황금 자리처럼 보인다. 유동인구가 많고, 해외 고객이 지나가며, 브랜드 노출도 크다. 하지만 매출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같은 자리값이 손익을 눌러 버린다. 송객수수료가 “팔수록 남이 가져가는 비용”이라면, MAG는 “안 팔려도 내가 내야 하는 비용”이다.
호텔신라가 힘든 이유는 이 두 덫을 동시에 밟았기 때문이다. 시내 면세점에서는 따이공에게 수수료를 내고, 공항 면세점에서는 공항에 자리값을 낸다. 하나는 매출이 늘 때 이익을 갉아먹고, 다른 하나는 매출이 줄 때 손실을 키운다. 그래서 회사는 이상한 선택지 앞에 선다. 매출을 늘리면 수수료가 커지고, 매출이 줄면 고정 임대료가 무거워진다. 매출의 양만 보고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구조는 호텔 본업과 정반대다. 호텔도 고정비가 크다. 건물, 인력, 유지보수, 브랜드 비용이 든다. 그러나 호텔은 손님에게 방값을 직접 받는다. 객실 점유율이 올라가고 객단가가 유지되면 이익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면세는 고객을 데려오는 채널과 자리를 빌려주는 공항이 중간에서 몫을 요구한다. 그래서 같은 고정비 사업처럼 보여도, 이익의 귀속 위치가 다르다.
여기서 2023년의 역설이 다시 설명된다. 비싼 따이공 매출이 줄면 송객수수료 부담이 줄고, 면세 부문 영업이익이 좋아질 수 있다. 이건 “손님이 줄면 무조건 좋다”가 아니다. “나쁜 매출이 줄면 좋다”다. 그리고 2025년의 인천공항 철수는 다른 덫을 설명한다. 공항 매출이 충분히 남지 않으면 고정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보증금을 포기하고 나와야 한다. 하나는 변동비의 덫, 하나는 고정비의 덫이다.
따라서 호텔신라의 다음 회복은 두 덫을 모두 풀어야 한다. 송객수수료를 낮춰 매출이 이익으로 남게 해야 하고, 공항 임대료 부담을 줄여 매출이 줄어도 손익이 버티게 해야 한다. 둘 중 하나만 풀리면 반쪽 회복이다. 수수료는 내려갔는데 공항 고정비가 남으면 최종 손익이 흔들리고, 공항 구조조정은 끝났는데 따이공 수수료가 높으면 매출 회복이 다시 독이 된다.
그래서 2026년 체크포인트도 단순해진다. 면세 매출 증가율보다 면세 영업이익률을 먼저 봐야 한다. 공항 매출보다 공항 손익을 봐야 한다. 중국 손님 수보다 그 손님이 어떤 채널로 들어왔는지 봐야 한다. 호텔신라는 손님 수가 아니라 손님을 얻는 방식이 이익을 결정하는 회사가 됐다.
6막 — 숫자의 가위
왜 매출은 돌아왔는데 이익은 안 돌아오나. 9년 손익을 펼치면, 매출선과 이익선이 점점 벌어지는 가위 모양이 보인다. (매출은 키웠는데 이익이 사라지는 패턴은 유통의 이마트에서도 봤지만, 신라는 원인이 인수·부채가 아니라 채널 수수료다.)
import dartlab
c = dartlab.Company("008770")
c.select("IS",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freq="Y") | 항목 (1년치 합산, 억원) | 2025 | 2024 | 2023 | 2022 | 2021 | 2020 | 2019 | 2018 | 2017 | 2016 |
|---|---|---|---|---|---|---|---|---|---|---|
| 매출액 | 40,683 | 39,476 | 35,685 | 49,220 | 37,791 | 31,881 | 57,173 | 47,137 | 40,115 | 37,153 |
| 영업이익 | 135 | -52 | 912 | 783 | 1,188 | -1,853 | 2,959 | 2,091 | 731 | 790 |
| 당기순이익 | -1,728 | -615 | 1,223 | -308 | 414 | -2,833 | 1,694 | 1,103 | 253 | 278 |
표시: 매출은 2025년 4조 683억으로 2017년(4조 115억)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2019년 정점 2,959억에서 2025년 135억 — 1/22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2019년 5.2%에서 2025년 0.3%, 약 1/17이다. 매출(양)은 돌아왔는데 이익은 안 돌아온 것이다. (2019년 정점 5.72조에는 매출조차 아직 못 미친다.)
코로나가 가린 진실도 여기 있다. 2020년 영업손실 -1,853억, 영업활동현금흐름마저 -517억으로 무너진 것은 누구나 “코로나 탓”으로 읽는다. 그러나 외부 충격이 끝나고 매출이 4조로 돌아온 2024년(-52억)·2025년(영업 +135억, 순손실 -1,728억)에도 이익이 안 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 결과다.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줄은 매출액이 아니다. 영업이익이다. 매출액은 관광과 물량의 회복을 보여준다. 영업이익은 그 물량에서 회사가 실제로 남긴 돈을 보여준다. 2017년과 2025년 매출이 비슷한데 영업이익이 다르다면, 회사가 같은 4조 매출을 전혀 다른 품질로 벌었다는 뜻이다. 2017년의 4조와 2025년의 4조는 같은 숫자가 아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더 선명하다. 2019년에는 매출 5.72조에서 영업이익 2,959억이 나왔다. 2025년에는 매출 4.07조에서 영업이익 135억만 남았다. 매출은 정점보다 낮아졌지만, 이익은 훨씬 더 크게 줄었다. 매출 감소보다 이익 감소가 훨씬 깊다. 이 차이가 바로 수수료와 임대료, 채널 협상력의 흔적이다.
당기순이익은 더 아래에서 흔들린다. 2025년 본업은 간신히 흑자였지만, 최종 손익은 -1,728억 적자다. 이 숫자는 호텔신라가 본업에서 많이 벌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조조정 비용까지 겹치면 얼마나 쉽게 적자로 내려가는지 보여준다. 이익률이 두꺼운 회사라면 일회성 비용을 흡수할 수 있다. 호텔신라처럼 영업이익률이 0.3%까지 얇아진 회사는 작은 충격도 맨 밑줄을 뒤집는다.
그래서 이 회사의 손익표는 세 단계로 읽어야 한다. 첫째, 매출이 회복됐는가. 둘째, 그 매출에서 영업이익률이 회복됐는가. 셋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간격이 좁혀졌는가. 2025년 호텔신라는 첫째는 일부 회복했지만, 둘째와 셋째는 아직 약하다. 매출 회복 뉴스만으로는 회복을 말하기 어렵다.
이 관점은 독자에게 중요하다. 면세업은 뉴스가 화려하다. 중국 관광객, 공항 입찰, 명품 매장, 해외 공항 수주 같은 단어가 많다. 그러나 재무제표는 훨씬 차갑다. 매출이 늘었는지보다 매출 1원에서 얼마가 남았는지를 묻는다. 호텔신라의 2025년 재무제표는 “손님은 어느 정도 돌아왔지만, 남는 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따로 읽어야 한다
2025년 숫자를 있는 그대로 나눠 보자. 영업이익은 +135억으로 흑자다 — 본업(면세+호텔)은 손익분기 부근에서 진동한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은 -1,728억 적자다. 이 큰 차이는 본업이 아니라 영업외 손익·구조조정에서 왔다(뒤에 볼 인천공항 면세 자리 철수 같은). 그래서 “호텔신라가 체질적으로 적자 회사”라고 단정하면 거짓이다. 정확히는 — 본업은 거의 못 벌고, 거기에 발을 빼는 비용까지 겹쳤다. 게다가 호텔과 면세점은 모두 막대한 임차료를 떠안는 사업이라(부채비율 약 220%), 매출이 흔들려도 임대료·인건비 같은 고정비는 그대로 나간다. 이익이 얇은 회사가 고정비까지 무거우면, 작은 매출 변동도 손익을 크게 흔든다.
여기서 부채비율 220%도 따로 봐야 한다. 이 숫자는 호텔신라가 차입만으로 위험해졌다는 단순한 뜻이 아니다. 호텔과 면세는 모두 자리를 쓰는 사업이고, 그 자리에는 임차 부담과 보증금, 운영비가 붙는다. 손님이 많이 오면 이 고정비는 레버리지가 된다. 손님이 줄거나 마진이 얇아지면 같은 고정비가 손실을 키운다. 부채비율은 이 고정비 구조가 재무상태표에 남긴 그림자다.
그래서 2025년의 +135억 영업이익은 숫자 자체보다 얇다는 점이 중요하다. 4조 매출 회사가 135억을 남겼다는 것은, 매출의 거의 전부가 원가와 수수료와 임대료와 인건비로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이런 회사는 한 분기 비용 변화, 임대료 조정, 환율, 수수료율 변화에도 크게 흔들린다. 손익분기점 근처에서 움직이는 회사가 된 것이다.
이 막의 끝에서 가장 이상한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 회사는, 매출을 줄여야 돈을 번다.
7막 — 매출을 버려야 돈 버는 가게
왜 매출을 줄이는 게 전략인가. 프롤로그의 그 분기로 돌아가자. 2023년 어느 분기, 신라면세점 매출은 30% 줄었는데 그 부문 영업이익은 세 배 가까이(약 +192%) 뛰었다. (단일 분기의 비율이라 전년 기저가 낮았던 효과가 섞여 있다 — 추세로 과장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이 한 분기가 드러낸 진실은 분명하다. 따이공에게 주는 송객수수료를 줄이면 — 즉 그 매출을 포기하면 — 이익이 늘었다. 그 매출이 이익을 깎고 있었다는 자백이다.
전략은 더 극단으로 간다. 2025년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면세 사업장(DF1) 자리를 지키기 위해 냈던 보증금 약 1,900억 원을 포기하고 철수를 택했다. 공항의 고정 임대료(MAG)가 그 자리에서 나올 매출의 가치보다 컸기 때문이다.
매출이 찍히는 자리를, 돈을 버리면서까지 떠난 것이다 — 매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게 생존이 된 회사.
이 막의 끝에서 산업 전체로 시야를 넓힌다.
산업 패턴 — 한국 면세업은 왜 다 같이 아픈가
왜 호텔신라만의 문제가 아닌가. 따이공·송객수수료·공항 임대료(MAG)에 이익을 빼앗기는 구조는 신라만의 일이 아니다. 롯데면세점·신세계면세점도 같은 덫에 걸려 있다. 손님을 데려오는 자에게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내고, 자리를 빌려주는 자(공항)에게 고정비를 내는 구조는 한국 면세 산업 전체가 공유한다. 그 결과 국내 면세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24.85조에서 2022년 약 17.7조로 7년 만에 반토막 났다.
그래서 면세업의 진짜 문제는 “중국 손님이 줄어서”가 아니다. 손님이 돌아와도 그 손님을 데려오는 비용이 마진을 넘으면 이익이 안 난다. 채널(따이공·공항)이 ‘갑’인 한, 매출은 면세점 장부에 찍혀도 이익은 채널이 가져간다.
그렇다면 호텔신라만의 고유함은 어디 있나. 출생(국가의 영빈관, 환대)과 생존(무인에 가까운 따이공 중개)의 정반대 좌표, 그리고 호텔(환대 본업)과 면세(중개)가 한 회사 안에 동거한다는 점이다. 롯데·신세계에는 이 출생 신화도, 이 한 몸 동거도 없다. 중국이라는 같은 외부 변수에 운명이 묶인 회사로는 중국이 고객이었던 아모레퍼시픽과 중국이 경쟁자였던 LG디스플레이가 있다 — 셋 다 마진이 무너졌지만 무너진 길은 다르다(아모레는 양, LGD는 단가, 신라는 이익의 귀속에서).
면세 산업의 구조는 셋으로 쪼개서 봐야 한다. 첫째는 소비자 수요다. 중국 관광객, 내국인 해외여행, K뷰티와 명품 수요가 여기에 들어간다. 둘째는 물량 채널이다. 따이공, 여행사, 온라인, 공항 유동인구가 여기에 들어간다. 셋째는 자리 비용이다. 시내면세점 특허와 공항 임대료가 여기에 들어간다. 호텔신라는 첫째가 좋아도 둘째와 셋째가 나쁘면 이익을 못 남긴다. 수요와 마진이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코로나 이후 더 선명해졌다. 코로나 때는 수요 자체가 사라졌다. 그때의 적자는 설명하기 쉽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매출이 돌아왔는데도 이익률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손님이 돌아와도 수수료와 임대료가 이익을 가져가면 회사는 여전히 가난하다. 그래서 면세업 회복을 볼 때 “방한객 수”만 보면 부족하다. 그 손님이 어떤 채널로 왔고, 그 채널에 얼마를 떼어줬는지를 봐야 한다.
한국 면세업이 함께 아픈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별 회사의 운영 능력보다 산업의 협상 구조가 더 강하게 작동한다. 따이공은 여러 면세점을 비교할 수 있고, 공항은 자리를 한정적으로 공급한다. 면세점은 자리를 비워 둘 수 없고, 매출을 잃기 싫어한다. 이 비대칭이 오래가면 업계 전체가 매출 경쟁을 하면서 마진을 잃는다. 호텔신라의 숫자는 한 회사의 실수라기보다, 산업 구조가 손익계산서에 남긴 흔적이다.
이 막의 끝에서 마지막 막으로 넘어간다.
8막 — 손님 받을 자리값마저 버리다
그래서 이 회사는 무슨 회사가 됐나. 2025년의 성적표를 다시 보자. 본업(영업이익)은 +135억으로 간신히 흑자지만, 최종 손익(당기순이익)은 -1,728억 적자다. 그 적자의 큰 부분은 인천공항 면세 자리에서 발을 빼며(보증금 1,900억 포기) 치른 비용에서 왔다. 손님이 사라질수록 이익이 나던 그 ‘마법’ — 매출을 줄이고 수수료를 끊어 이익을 지키던 방식 — 은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줄일 매출도, 떠날 자리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국가가 손님을 맞으려 지은 영빈관에서 태어난 회사가, 이제 손님을 받을 자리값마저 버리고 있다. 이부진 대표가 입찰을 앞두고 했던 말 — “잘되면 여러분 덕, 떨어지면 내 탓” — 은 이 적자의 계절에 다시 떠오른다. 잘되던 시절의 매출은 따이공이 만들어 줬고, 그 매출의 이익도 따이공이 가져갔다. 그리고 그 모델이 꺾이자, 책임은 회사에 남았다.
인천공항 철수는 숫자로는 일회성 비용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훨씬 크다. 공항 면세 자리는 과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전략 자산이었다. 공항은 외국인이 지나가는 관문이고, 브랜드 노출의 상징이며, 글로벌 면세 사업자의 체면이다. 그런데 그 자리가 더 이상 돈을 만들지 못하면, 상징은 비용이 된다. 호텔신라가 보증금을 포기하고 나왔다는 것은, 매출을 만드는 자리와 이익을 만드는 자리를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 판단은 쉽지 않다. 면세점은 규모의 사업이다. 매출이 줄면 바잉 파워도 줄고, 브랜드 협상력도 약해질 수 있다. 공항에서 빠지면 고객 접점도 줄어든다. 그래서 매출을 포기하는 전략은 언제나 위험하다. 하지만 이익이 남지 않는 매출을 붙잡는 것도 위험하다. 호텔신라의 2025년은 이 두 위험 사이에서 하나를 고른 해다. 손님을 받을 자리를 지키는 비용이 너무 커지면, 손님을 포기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 회사가 처음 시작한 그 본업 — 손님을 직접 맞는 호텔 — 은 여전히 조용히 돌아가고 있다. 신라호텔과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는 면세만큼 폭발하지도, 면세만큼 무너지지도 않았다. 따이공도 송객수수료도 없이 방값을 받고 손님을 직접 맞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면세가 중국 한 채널의 출렁임에 통째로 흔들리는 동안, 환대 본업은 그 변동성을 받쳐 주는 작은 닻이었다. 한 회사 안에 환대(직접)와 중개(간접)가 동거한다는 것 — 그것이 호텔신라의 약점이자, 어쩌면 마지막 보루다.
매출은 자기 장부에 남았으나, 이익은 손님과 함께 남의 손으로 떠났다. 손님을 맞이하려 태어난 회사가, 손님을 데려오는 자에게 운명을 맡긴 대가다. 호텔신라의 다음 시험은 매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 그 매출의 이익을 자기 손으로 되찾을 수 있느냐다. 직접 맞는 손님(내국인·자체 채널·호텔 본업)을 얼마나 키우느냐에, 영빈관에서 시작한 이 회사의 다음 장이 달려 있다.
여기서 호텔 본업이 중요해진다. 호텔은 면세보다 작지만, 손님과 회사 사이에 끼는 중간 비용이 다르다. 호텔은 브랜드와 서비스가 직접 가격이 된다. 객실료를 할인할 수는 있지만, 따이공에게 매출의 절반을 내주는 구조는 아니다. 물론 호텔도 인건비와 임차, 유지보수 부담이 크다. 그러나 이익 귀속의 위치가 다르다. 손님이 지불한 돈이 회사 안에 남을 가능성이 면세보다 높다.
그래서 호텔신라의 회복은 면세 매출만으로 판정하면 안 된다. 면세 매출이 늘어도 수수료가 같이 늘면 이익은 안 남는다. 공항 매출이 늘어도 MAG가 더 크면 손실이다. 호텔 객실이 늘어도 고정비를 못 덮으면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매출이 늘었는가”다. 직접 손님에게 받는 매출인지, 비싼 채널을 통해 산 매출인지, 고정 임대료가 붙은 매출인지가 손익을 가른다.
결국 호텔신라는 같은 1원의 매출을 다르게 봐야 하는 회사다. 호텔 객실 1원, 시내 면세 따이공 매출 1원, 공항 면세 매출 1원은 장부 위에서는 모두 매출이지만, 남는 돈은 전혀 다르다. 이 차이를 모르면 2025년 영업이익 +135억을 보고도 왜 순손실이 났는지 설명할 수 없다. 매출은 같은 이름으로 찍히지만, 이익은 각기 다른 길로 새어 나간다.
이 이야기가 틀리는 조건
강한 결론은 깨지는 조건을 가져야 한다. 이 글의 결론은 “호텔신라는 손님이 부족한 회사가 아니라, 손님에서 남는 이익의 귀속을 빼앗긴 회사”라는 것이다. 이 결론은 다음 조건에서 약해진다.
첫째, 송객수수료가 구조적으로 내려가야 한다. 단일 분기 이벤트가 아니라 여러 분기 동안 따이공 의존 매출의 수수료 부담이 낮아지고, 그 결과 면세 부문 영업이익률이 회복되어야 한다. 매출만 늘고 이익률이 그대로라면 결론은 깨지지 않는다.
둘째, 공항 면세의 고정비 부담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인천공항 DF1 철수 같은 일회성 구조조정이 끝나고, 남은 공항 사업장이 매출이 아니라 이익을 내야 한다. 공항이 다시 상징 자산이 아니라 수익 자산으로 돌아오면 “자리값을 버리는 회사”라는 해석은 약해진다.
셋째, 호텔&레저 부문이 면세 변동성을 실제로 받쳐야 한다. 환대 본업이 작지만 꾸준한 이익을 만들고, 신라스테이 같은 비즈니스호텔이 고정비를 덮고, 내국인·외국인 직접 수요가 회복되면 회사의 무게중심은 일부 돌아온다. 그때는 호텔신라를 면세 수수료 덫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넷째, 중국 채널이 바뀌어야 한다. 단체관광객이 단순히 많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따이공 대량 구매보다 마진이 높은 일반 관광·온라인·자체 채널 비중이 올라가야 한다. 사람이 늘어도 따이공 구조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좋은 회복은 손님 수 회복이 아니라 손님 질 회복이다.
반대로 이 조건들이 확인되지 않으면 이 글의 결론은 더 강해진다. 매출이 회복되어도 영업이익률이 0%대에 머물고, 공항 관련 비용이 계속 남고, 따이공 의존이 유지되고, 호텔 본업이 작게만 버티면 호텔신라는 여전히 매출은 자기 장부에 찍고 이익은 채널에 내주는 회사다. 그래서 2026년의 질문은 “매출이 늘었나”가 아니라 “누가 그 매출의 이익을 가져갔나”다.
투자자 시각 — 좋은 매출과 나쁜 매출을 나눠야 한다
호텔신라를 보는 사람은 매출을 두 종류로 나눠야 한다. 좋은 매출은 회사 안에 이익을 남기는 매출이다. 호텔 객실, 자체 채널, 수수료 부담이 낮은 일반 관광객 매출이 여기에 가깝다. 나쁜 매출은 회사 밖으로 이익을 많이 흘려보내는 매출이다. 높은 송객수수료가 붙은 따이공 매출, 고정 임대료를 덮지 못하는 공항 매출이 여기에 가깝다. 둘은 손익계산서에서 모두 매출로 찍히지만, 주주에게 남기는 돈은 다르다.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호텔신라는 늘 헷갈린다. 매출이 늘었는데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고, 매출이 줄었는데 이익이 좋아지는 분기를 이해하기 어렵다. “손님이 늘었다”는 뉴스도 같은 함정이다. 그 손님이 직접 온 손님인지, 수수료를 주고 데려온 손님인지, 공항 임대료를 덮을 만큼 쓰는 손님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호텔신라의 회복은 매출 회복이 아니라 매출의 질 회복이다. 질 좋은 매출이 늘면 영업이익률이 올라간다. 질 나쁜 매출만 늘면 매출액은 커져도 이익은 얇다. 2019년 5.2%였던 영업이익률이 2025년 0.3%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이 회사가 같은 매출을 훨씬 덜 남기는 구조가 됐다는 뜻이다. 이 숫자가 돌아오기 전까지 “회복”이라는 단어는 조심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호텔신라가 하루아침에 2019년 마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따이공 구조, 공항 임대료, 중국 관광 회복, 내국인 소비, 호텔 객실 수요가 모두 얽혀 있다. 그러나 방향은 확인할 수 있다. 수수료 부담이 낮아지는지, 공항 손실이 줄어드는지, 호텔 본업이 꾸준히 이익을 내는지,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의 간격이 좁혀지는지다. 이 네 방향이 같이 좋아져야 한다.
반대로 매출만 좋아지는 회복은 약하다. 방한객 수가 늘고 면세 매출이 올라가도, 영업이익률이 0%대라면 회사는 여전히 채널에 이익을 넘겨주고 있다. 공항 자리를 다시 넓혀도 임대료를 못 덮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호텔신라의 핵심 리스크는 손님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돌아온 손님에서 남는 돈이 너무 적은 것이다.
이 글의 독법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호텔신라는 매출이 아니라 매출의 소유권을 봐야 한다. 매출은 회사 장부에 찍힌다. 그러나 그 매출의 이익은 따이공, 공항, 호텔, 회사 사이에서 나뉜다.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는지가 주주의 결과를 결정한다. 2026년에도 이 질문이 먼저다.
2026년에 봐야 할 다섯 가지
- 송객수수료율의 방향 — 따이공에게 주는 커미션이 줄어드는가. 이 비용이 면세업 이익의 1번 변수다. 업계 공동의 수수료 자제 움직임이 실제 마진으로 돌아오는지.
- 영업이익률의 한 자릿수 회복 — 0.3%(2025)가 2019년 5.2% 쪽으로 돌아가는가. 매출 규모가 아니라 매출 1원당 남는 돈이 핵심이다.
- 공항 면세의 구조조정 마무리 — 인천 DF1 철수 같은 일회성 비용이 끝나고 본업 손익만 남는 시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격차가 좁혀지는지.
- 중국 단체관광·내국인·해외 채널의 균형 — 따이공 한 채널 의존을 줄이고 직접 맞는 손님을 늘리는가. ‘마진 귀속’을 되찾는 유일한 길.
- 호텔&레저 부문의 비중 — 환대 본업(신라호텔·신라스테이)이 면세의 변동성을 얼마나 받쳐 주는가. 한 몸 동거의 다른 쪽 다리.
첫 번째 체크포인트는 수수료다. 호텔신라의 손익을 움직이는 것은 방한객 수보다 수수료 부담이다. 방한객이 늘어도 그 손님을 데려온 채널이 더 큰 몫을 가져가면 이익은 남지 않는다. 반대로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아도 수수료가 내려가면 이익률은 개선될 수 있다. 그래서 2026년 면세 회복을 볼 때는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률을 먼저 봐야 한다.
두 번째는 공항이다. 공항은 면세 사업자에게 가장 화려한 무대이지만, 가장 무거운 고정비이기도 하다. 매출이 예상보다 낮아져도 임대료는 사라지지 않는다.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남은 공항 사업이 매출을 만드는지, 아니면 다시 고정비 덫이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세 번째는 호텔 본업이다. 이 회사가 완전히 면세 중개 회사로 굳어지지 않으려면, 직접 손님을 맞는 환대 사업이 의미 있는 완충 장치가 되어야 한다. 호텔&레저가 면세의 변동성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면 회사의 해석은 달라진다. 작지만 직접 가격을 받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채널 믹스다. 따이공 매출은 크지만 이익이 얇다. 일반 관광객, 내국인, 온라인 자체 채널, 해외 면세 운영이 섞이면 매출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호텔신라가 되찾아야 하는 것은 단순한 손님 수가 아니라 손님과 이익 사이의 직접성이다.
마지막은 손익계산서의 위아래 간격이다. 2025년에는 영업이익은 +135억인데 당기순이익은 -1,728억이었다. 구조조정 비용과 영업외 손실이 줄어 이 간격이 좁혀져야 한다. 영업이익이 좋아져도 최종 손익이 계속 적자라면 회복은 아직 장부 아래에서 막힌 것이다.
숫자로 닫으면 기준은 단순하다. 2026년에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률이 오르지 않으면 실패다. 매출이 조금 줄어도 이익률이 오르면 구조조정은 작동한다. 호텔신라의 회복은 매출 5조 복귀가 아니라, 매출 1원에서 남는 돈이 2019년의 방향으로 돌아가는지에서 판정된다.
독자가 다음 공시에서 먼저 볼 줄도 정해진다. 매출액이 아니라 영업이익률, 영업이익률 다음에는 당기순이익과의 간격, 그 다음에는 부채와 임차 부담, 마지막으로 호텔&레저가 면세를 얼마나 받쳤는지다. 이 순서로 읽어야 “손님이 돌아왔다”는 뉴스에 속지 않는다.
마지막 판단은 단순하다. 호텔신라는 손님을 못 모으는 회사가 아니다. 손님을 모으는 방식이 너무 비싸진 회사다. 공항은 자리를 팔고, 따이공은 물량을 팔고, 호텔신라는 그 사이에서 매출을 장부에 찍었다. 그러나 주주에게 중요한 것은 장부에 찍힌 매출이 아니라 그 매출에서 남는 몫이다.
그래서 2026년의 좋은 뉴스는 “방한객 증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좋은 뉴스는 영업이익률 회복, 송객수수료 부담 완화, 공항 구조조정 비용 종료, 호텔 본업의 완충력 강화가 같이 보이는 것이다. 이 네 가지가 같이 움직이면 호텔신라는 다시 환대 회사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다. 하나만 좋아지면 반등이고, 네 줄이 같이 좋아지면 구조 변화다.
이 글의 제목으로 돌아가면 답은 더 분명하다. 손님이 줄어서 더 잘 번 것이 아니다. 남지 않는 손님이 줄어서 더 잘 번 것이다. 호텔신라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손님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남는 손님을 늘리는 것이다. 그 차이가 이 회사의 손익계산서를 다시 열쇠처럼 풀어 준다.
독자가 가져갈 결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재·여행·호텔 회사의 매출은 늘 좋은 것이 아니다. 매출을 만든 채널이 누구인지, 그 채널이 얼마를 가져가는지, 남은 매출이 고정비를 덮는지까지 봐야 한다. 호텔신라는 이 기본 질문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손님이 많아도 남는 돈이 없으면 장부는 조용히 비어 간다.
그래서 다음 공시를 볼 때는 매출 회복에 먼저 웃지 말아야 한다. 영업이익률이 같이 오르는지, 당기순손실이 멈추는지, 공항 비용이 끝나는지, 호텔 본업이 받쳐 주는지를 차례로 확인해야 한다. 그 순서가 호텔신라를 읽는 가장 짧은 지도다.
이 지도는 다른 유통·여행 기업에도 그대로 쓸 수 있다. 매출을 만든 손님이 누구인지, 그 손님을 데려온 채널이 얼마를 가져갔는지, 고정비가 얼마를 잠식했는지 묻는 순간 숫자의 표정이 달라진다.
호텔신라는 그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다음 회복은 손님의 귀환이 아니라, 이익의 귀환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때서야 영빈관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다시 손님을 맞는 이야기로 돌아온다.
검증표
본문의 모든 인용 수치를 dartlab 호출과 결과로 검증한다. 외부 출처 수치는 “외부 인용”으로 분리한다. 📅 dartlab 실측 2026-06-13 · 호텔신라(008770) 연결(CFS) 기준.
| 본문 수치 | 출처 / dartlab 호출 | 결과 |
|---|---|---|
| 매출 2019 5.72조(정점) · 2025 4.07조(2017 4.01조 수준) | c.select("IS",["매출액"],freq="Y") | ✓ 실측 |
| 영업이익 2019 2,959억(정점) → 2025 135억 (영업이익률 5.2%→0.3%) | c.select("IS",["영업이익","매출액"],freq="Y") | ✓ 실측 |
| 2020 영업손실 -1,853억 · 영업활동현금흐름 -517억 | c.select("IS",["영업이익"]) + c.select("CF",["영업활동현금흐름"],freq="Y") | ✓ 실측 |
| 2025 영업이익 +135억(흑자) vs 당기순이익 -1,728억(영업외·구조조정) | c.select("IS",["영업이익","당기순이익"],freq="Y") | ✓ 실측 |
| 부채비율 약 220% (부채 24,352억 / 자본 11,062억, 2025) | c.select("BS",["부채총계","자산총계"],freq="Y") | ✓ 실측 |
| 1967 영빈관 · 1979 서울신라호텔 · 1986 신라면세점 · 1991 상장 | 회사 연혁·백과 | 외부 인용 |
| 중국인 시내면세 비중 15%(2011)→70%(2014) · 2010 한국 세계1위 면세시장 | 언론 | 외부 인용 |
| 신라면세점 세계 3위 ($6.2bn, 2018) · 2014 창이공항 수주 | 언론 | 외부 인용 |
| 사드(2017) 단체관광 차단에도 면세 +20.7% $12.8bn · 외국인 85.9% | 언론 | 외부 인용 |
| 송객수수료 따이공 정가 40~50% · 면세 매출의 22.5%(2021, 단일 시점) | 언론 | 외부 인용 |
| 2023 한 분기 면세 매출 -30%인데 영업익 +192% (단일 분기·기저효과) | 언론 | 외부 인용 |
| 2025 인천공항 DF1 보증금 약 1,900억 포기·철수 | 회사 공시·언론 | 외부 인용 |
| 국내 면세 시장 2019 24.85조 → 2022 17.7조 | 언론 | 외부 인용 |
| 이부진 2010.12.14 대표 취임(영빈관 에메랄드홀)·발언 인용 | 언론 | 외부 인용 |
본문의 숫자 중 이 표에 없는 것은 발행 차단 대상이다.
분기 실적 · 최근 8분기
가장 최신 흐름부터 봅니다(단위 억원, 연결 기준). 손익·현금흐름은 단일분기 환산, 재무상태는 기말 시점입니다:
import dartlab c = dartlab.Company("008770") c.select("IS", freq="Q") # 손익계산서 (분기) c.select("BS", freq="Q") # 재무상태표 c.select("CF", freq="Q") # 현금흐름표
분기 손익 (IS) · 단위 억원
| 항목 | 24Q2 | 24Q3 | 24Q4 | 25Q1 | 25Q2 | 25Q3 | 25Q4 | 26Q1 |
|---|---|---|---|---|---|---|---|---|
| 매출액 | 10,027 | 10,162 | 9,478 | 9,718 | 10,255 | 10,257 | 10,454 | 10,535 |
| 영업이익 | 155 | -446 | 118 | -25 | 111 | 28 | 21 | 204 |
| 당기순이익 | 290 | -508 | -382 | -62 | 53 | -1,483 | -237 | 60 |
분기 재무상태 (BS) · 단위 억원 · 기말 시점
| 항목 | 24Q2 | 24Q3 | 24Q4 | 25Q1 | 25Q2 | 25Q3 | 25Q4 | 26Q1 |
|---|---|---|---|---|---|---|---|---|
| 자산총계 | 31,452 | 29,982 | 38,139 | 36,478 | 38,148 | 35,912 | 35,414 | 33,667 |
| 부채총계 | 25,069 | 23,805 | 25,295 | 23,696 | 25,445 | 24,664 | 24,352 | 22,520 |
| 자본총계 | 6,383 | 6,177 | 12,844 | 12,782 | 12,704 | 11,248 | 11,062 | 11,147 |
분기 현금흐름 (CF) · 단위 억원 · 단일분기
| 항목 | 24Q2 | 24Q3 | 24Q4 | 25Q1 | 25Q2 | 25Q3 | 25Q4 | 26Q1 |
|---|---|---|---|---|---|---|---|---|
| 영업활동현금흐름 | -4 | 296 | 920 | 1,153 | 1,633 | -1,544 | -205 | 536 |
| 투자활동현금흐름 | -609 | -766 | 1,082 | -115 | -1,742 | -2,089 | 2,910 | 576 |
| 재무활동현금흐름 | -2,307 | -477 | -409 | -1,104 | 147 | -47 | 703 | -2,034 |
최신 · dartlab 실측(HF 공개 데이터 · 연결) · 최신 분기 26Q1 · 빌드 시점 자동 갱신
재무제표 · 최근 5개년
아래는 최근 5개년 요약입니다(단위 억원, 연결 기준). 전체 기간·분기별 데이터는 dartlab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import dartlab c = dartlab.Company("008770") c.select("IS", freq="Y") # 손익계산서 (연간) c.select("BS", freq="Y") # 재무상태표 c.select("CF", freq="Y") # 현금흐름표
손익계산서 (IS) · 단위 억원
| 항목 | 2025 | 2024 | 2023 | 2022 | 2021 |
|---|---|---|---|---|---|
| 매출액 | 40,683 | 39,476 | 35,685 | 49,220 | 37,791 |
| 매출원가 | · | · | · | · | · |
| 매출총이익 | · | · | · | · | · |
| 영업이익 | 135 | -52 | 912 | 784 | 1,188 |
| 금융수익 | 647 | 266 | 425 | 129 | 105 |
| 금융비용 | 573 | 618 | 516 | -1,195 | -419 |
| 당기순이익 | -1,728 | -615 | 860 | · | · |
재무상태표 (BS) · 단위 억원
| 항목 | 2025 | 2024 | 2023 | 2022 | 2021 |
|---|---|---|---|---|---|
| 자산총계 | 35,414 | 38,139 | 30,065 | 29,385 | 26,565 |
| 유동자산 | 14,011 | 14,109 | 13,802 | 14,788 | 10,872 |
| 비유동자산 | 21,403 | 24,030 | 16,263 | 14,597 | 15,692 |
| 부채총계 | 24,352 | 25,295 | 23,981 | 23,988 | 20,796 |
| 유동부채 | 12,980 | 11,500 | 11,885 | 13,060 | 10,118 |
| 비유동부채 | 11,373 | 13,796 | 12,096 | 10,928 | 10,678 |
| 자본총계 | 11,062 | 12,844 | 6,085 | 5,398 | 5,769 |
현금흐름표 (CF) · 단위 억원
| 항목 | 2025 | 2024 | 2023 | 2022 | 2021 |
|---|---|---|---|---|---|
| 영업활동현금흐름 | 1,036 | 687 | 2,425 | 2,205 | 423 |
| 투자활동현금흐름 | -1,036 | -953 | -2,314 | -807 | 1,343 |
| 재무활동현금흐름 | -301 | -298 | -1,379 | 1,460 | -1,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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