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준: 2026-06-19 dartlab 실측 — 더존비즈온(012510) 연결 재무제표(CFS) 기준. EQT 인수·공개매수·간이주식교환 일정은 회사 공고·KRX 공시·언론 교차확인.
핵심 숫자: 매출 4,463억 (역대 최대) · 영업이익 1,277억 (영업이익률 28.6%, 연간) · 영업활동현금흐름 1,296억 · 당기순이익 923억 · 2026.6.30 간이주식교환 현금교부가 주당 12만 원
이 글의 용어: ERP = 회계·인사·재고를 통합 관리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 SaaS = 설치 없이 매달 구독료를 내고 클라우드로 쓰는 방식 · 락인(lock-in) = 한 번 쓰면 갈아타기 어려운 상태 · 규제 샌드박스 = 기존 규제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신사업을 허용하는 제도 · 공개매수 = 매수자가 시장 밖에서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절차 · 간이주식교환 = 모회사가 남은 주식을 현금 등으로 교부하고 자회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
프롤로그 — 정점에서, 스스로 문을 닫는다
2026년, 더존비즈온이 주식시장에서 스스로 사라지기로 했다. 망해서가 아니다. 매출 4,463억, 영업이익 1,277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바로 그 해, 영업이익률 28.6%(연간)를 찍은 정점에서, 글로벌 사모펀드 EQT가 회사를 증시 밖으로 옮겼다. 첫 단계는 경영권 지분 약 34.85%를 주당 12만 원, 약 1조 3천억 원에 사는 거래였다. 다음 단계는 일반주주를 상대로 같은 12만 원 가격의 공개매수를 여는 일이었다. 마지막 단계는 2026년 6월 30일, 남은 주식을 1주당 12만 원 현금으로 교부하는 간이주식교환이다.
잘나가는 회사가, 그것도 정점에서, 왜 자기를 파는가? 이 질문을 손에 쥔 채 30년을 되감아 보자.
답은 ‘좋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안 쓰면 안 되는 의무’에 있다. 어도비의 PDF는 안 써도 살 수 있고 한컴 문서도 그렇지만, 한국 기업의 세무·회계 장부만은 다르다 — 국세청 신고 의무 때문에 법적으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1991년 세무사 사무실 책상마다 깔리던 작은 회계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더존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장부’의 단말을 중견·중소기업 곳곳에 점유했다. 시장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국가가 법으로 이미 강제해 둔 의무의 길목에 올라탄 것이다.
관통선은 하나다. “안 써도 그만인 소프트웨어 회사가, 왜 영업이익률 29%에 1조 3천억짜리 매각 대상이 됐는가?”
답을 먼저 쓴다. 더존은 제품을 판 게 아니라, 모든 한국 기업이 법으로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장부의 단말을 쥐었다 — 안 쓰면 그만인 SW를 안 쓰면 안 되는 길목으로 바꾼 것이다. 그 길목이 만든 예측가능한 현금흐름이, 정점에서 사모펀드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사모펀드는 그 길목을 상장시장의 매일 가격표가 아니라, 비상장 완전자회사라는 폐쇄된 구조 안에서 다시 계산하려 한다.
1막 — 안 써도 그만인 것들의 예외
왜 회계 장부는 다른가. 세상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안 써도 사는’ 것이다. PDF 편집기도, 문서 작성기도, 그래픽 툴도 결국 대안이 있거나 안 쓰면 그만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의 세무·회계 장부는 예외다 — 국세청에 신고할 의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 그 장부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좋아서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면 안 되는 것이다.

더존이 올라탄 자리가 바로 그 의무의 길목이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 회사의 모태인 더존소프컴(1991년 설립)의 원조 설립자는 훗날 엔씨소프트를 세운 김택진이다. 지금의 더존비즈온을 ERP·클라우드 기업으로 키운 사실상의 창업주는 2003년 이후 회사를 이끈 김용우 회장이다. 게임으로 간 사람과 회계 장부에 남은 사람 —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두 길이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더존을 평범한 소프트웨어 회사로 보면 질문이 틀어지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보통 기능, UX, 개발자 생태계, 클라우드 전환, AI 적용 같은 말로 읽는다. 더존은 그 말들이 전부 필요하지만, 출발점은 거기가 아니다. 출발점은 세무사 사무실의 모니터다. 기업이 매입·매출 전표를 입력하고, 원천세를 신고하고,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맞추는 그 화면이다.
그 화면은 예쁘지 않아도 된다. 흥미롭지 않아도 된다. 대신 틀리면 안 된다. 숫자가 틀리면 세무 신고가 틀리고, 신고가 틀리면 가산세·수정신고·회계감사·거래처 정산이 줄줄이 따라온다. 그래서 사용자는 “더 좋은 앱”을 찾기 전에 “지금 쓰는 장부가 끊기지 않는가”를 먼저 본다. 이 차이가 소비자 앱과 회계 단말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이 막의 끝에서 다음 막으로 넘어간다. 그 ‘길목’이 재무제표에 남긴 첫 신호를 보자.
2막 — 21.7%라는 이상 신호
왜 마진이 처음부터 두꺼웠나. 더존의 손익을 펴면 시작점부터 이상하다.
import dartlab
c = dartlab.Company("012510")
c.select("IS", ["매출액",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freq="Y") | 항목 (1년치 합산, 억원) | 2025 | 2024 | 2023 | 2022 | 2021 | 2020 | 2019 | 2018 | 2017 | 2016 |
|---|---|---|---|---|---|---|---|---|---|---|
| 매출액 | 4,463 | 4,023 | 3,536 | 3,043 | 3,187 | 3,065 | 2,627 | 2,269 | 2,056 | 1,768 |
| 매출총이익 | 2,238 | 1,840 | 1,528 | 1,199 | 1,424 | 1,693 | 1,493 | 1,271 | 1,215 | 1,050 |
| 영업이익 | 1,277 | 881 | 691 | 455 | 712 | 767 | 668 | 540 | 517 | 384 |
| 당기순이익 | 923 | 780 | 343 | 231 | 544 | 579 | 510 | 425 | 406 | 282 |
표시: 2016년 영업이익 384억 ÷ 매출 1,768억 = 영업이익률 21.7%. 클라우드 구독(SaaS) 전환을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이미 21.7%였다. 흔히 “SaaS로 바꿔서 마진이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더존 자신의 시작점 숫자가 그 서사를 반증한다. 마진의 뿌리는 SaaS가 아니라, 갈아타기 어려운 의무 단말을 일찍 쥐었다는 데 있다. (2025년 영업이익률은 연간 28.6%다 — 일부 보도의 36.3%는 4분기 단일 분기 수치이니 혼동하면 안 된다.)
이 숫자는 더존 글의 중심 증거다. 2016년에 이미 21.7%였다면, 2025년 28.6%를 전부 “클라우드 덕분”이라고 쓸 수 없다. 클라우드가 수익성을 보강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더 깊은 원인은 2016년 이전부터 존재했다. 고객이 이미 장부를 넣어 두었고, 세무사와 기업의 업무 흐름이 이미 프로그램 안에 굳어 있었고, 신고 시즌마다 같은 화면을 다시 열어야 했다는 사실이다.
더존 공식 제품 설명도 이 지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회사는 Smart A 10을 “중소기업과 세무회계사무소 90% 이상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소개한다. 이 문장을 시장점유율 감사자료처럼 그대로 확대해 쓰면 위험하다. 하지만 제품의 표적 고객이 어디인지는 분명하다. 더존의 핵심 고객은 멋진 대기업 CIO가 아니라, 매달 신고와 결산을 처리해야 하는 중소기업과 세무회계사무소다.
그 고객군에서는 제품 교체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업무 중단 위험이 된다. 거래처 계정과목, 세무 조정, 급여 원천세, 전자세금계산서, 신고 파일 생성이 한 번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신규 기능”은 전환을 부르는 이유가 되지만, “기존 신고 흐름 유지”는 전환을 막는 이유가 된다. 더존이 가진 힘은 바로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데 있다.
이 막의 끝에서, 왜 그 단말이 그토록 안 빠지는지로 들어간다.
3막 — 회계기간이라는 자물쇠
왜 갈아타지 못하나. 일반 소프트웨어는 마음에 안 들면 바꾸면 된다. 그런데 회계 장부는 다르다 — 한 번 깔면 회계연도 중간에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신고의 연속성이 깨지기 때문이다. 일반 SW의 전환비용이 ‘귀찮음’이라면, 회계 단말의 전환비용은 ‘법적 신고의 단절 위험’이다. 차원이 다른 자물쇠다.
여기에 점유율이 더해진다. 더존은 중견·중소기업 ERP에서 압도적 점유(업계·언론은 80%대로 본다)를 쥐었다. 이 80%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국가가 강제한 의무 데이터가 매일 거쳐 가는 단말의 점유율로 읽어야 한다. 카카오가 트래픽 독점으로도 마진 독점에는 이르지 못한 것과 달리, 더존은 ‘안 쓰면 안 되는’ 의무 위에 단말을 깔아 락인을 만들었다.
여기서 ‘락인’이라는 단어도 조심해서 써야 한다. 락인은 고객을 가둔다는 뜻처럼 들리지만, 회계 소프트웨어에서 락인은 조금 다르다. 고객도 안정성을 원한다. 세무사도 고객사의 장부가 끊기지 않기를 원한다. 국세청 신고 파일도 정해진 형식으로 나가야 한다. 거래처와 은행, 급여, 전자세금계산서, ERP 재고 모듈까지 한 번 연결되면, 사용자는 단순히 불만이 있다고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존의 해자는 네트워크 효과와 닮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카카오톡은 친구들이 있어서 못 떠난다. 더존은 친구가 아니라 결산 일정 때문에 못 떠난다. 비자나 마스터카드는 가맹점과 카드 보유자가 서로를 붙든다. 더존은 기업과 세무사, 국세청 신고 양식, 거래 데이터가 서로를 붙든다. 이 시장에서 제품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신고 달력 속에 박혀 있다.
더존의 매출이 큰 폭으로 폭발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의무 소프트웨어는 고객을 빨리 늘리기보다 오래 붙잡는다. 시장이 갑자기 두 배가 되는 구조가 아니다. 대신 고객이 매년 돌아온다. 2016년 1,768억 매출이 2025년 4,463억으로 커진 흐름은, 폭발형 플랫폼보다는 신고 의무 위에 과금 방식과 제품 범위를 넓힌 복리형 성장에 가깝다.
이 복리형 성장의 장점은 예측가능성이다. 단점은 시장이 천천히 보인다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 예측가능성이다. 주식시장은 “다음 성장률”을 물어보지만, 바이아웃은 “현금흐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나”를 먼저 본다. 같은 회사가 상장시장에서는 성장주 질문을 받고, 비상장 인수시장에서는 현금흐름 질문을 받는다.
이 막의 끝에서, 그 길목 밑에 깐 물리적 토대로 넘어간다.
4막 — 2011년, 길목 밑에 깐 인프라
왜 클라우드 붐 전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나. 2011년, 클라우드가 유행하기 한참 전에 더존은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D-클라우드)를 구축했다. 의무 단말이 모으는 장부 데이터가 매일 한 곳을 거쳐 가게 만든 물리적 토대였다.

이 고정 인프라 위에 구독을 얹은 것이 이후 마진의 한 요인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단정은 보류한다 — dartlab 실측에는 매출원가·구독 비중의 세부가 없어 “클라우드라 한계비용이 0이다” 같은 SaaS 교과서식 인과를 증명할 수 없다. 확실한 건 의무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이는 구조를 일찍 만들었다는 사실까지다.
2011년의 의미는 타이밍이다. 한국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클라우드”가 마케팅 언어로 커지기 전, 더존은 이미 장부 데이터가 머무를 물리적 주소를 만들었다. 더존이 나중에 WEHAGO, OmniEsol, AI 업무 플랫폼을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주소가 있어서다. 클라우드는 웹페이지가 아니라 데이터가 머무는 곳이고, 장부 데이터는 아무 데나 맡길 수 없는 데이터다.
장부 데이터는 민감하다. 거래처, 임직원 급여, 세금, 매출채권, 재고, 원가, 이익이 한 화면에 모인다. 소비자 앱의 클릭 데이터와 달리, 이 데이터는 회사의 내부 장부 그 자체다. 그래서 고객은 “새 기능”보다 “보안·연속성·신뢰”를 먼저 본다. 더존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내세운 것은 단순한 인프라 투자라기보다, 의무 데이터를 자기 생태계 안에 계속 붙들어 두는 신뢰 장치였다.
이 부분은 더존을 일반 SaaS와 구분한다. 많은 SaaS 회사는 기능을 클라우드로 올려 반복 매출을 만든다. 더존은 반복 매출로 가기 전부터 반복 업무를 갖고 있었다. 세무 신고와 급여, 회계 결산은 애초에 반복된다. 클라우드 전환은 반복 업무를 반복 과금으로 바꾼 단계다. 다시 말해, 더존은 반복성을 발명한 게 아니라, 법정 반복 업무 위에 과금 구조를 재설계했다.
이 막의 끝에서, 그 위에서 회사가 내린 역설적 결정으로 넘어간다.
5막 — 잘 팔리던 도구를 스스로 죽이다
왜 멀쩡한 제품을 단종했나. 더존은 설치형 회계 프로그램 ‘스마트A’를 클라우드 구독형 ‘위하고(WEHAGO)‘로 옮기고, 2023년 말 스마트A를 단종했다. 잘 팔리던 제품을 자기 손으로 끝낸 것이다.
핵심은 길목은 그대로 둔 채 과금 방식만 바꿨다는 데 있다. 한 번 사고 끝나는 단발 판매 단말을, 매달 구독료가 걷히는 반복 단말로 교체했다.
의무의 길목(회계 장부)은 손대지 않았다 — 그 위를 흐르는 돈의 형태만 일회성에서 반복으로 바꿨다. ‘도구를 데이터로 바꿨다’는 흔한 IT 수사보다, ‘의무 단말의 과금을 구독으로 전환했다’가 정확하다.
이 결정은 겉으로 보면 위험하다. 고객이 잘 쓰던 설치형 제품을 없애면 반발이 생긴다. 특히 회계 프로그램은 바꾸기 싫어하는 고객이 많다. 그런데 더존 입장에서는 설치형을 계속 살려 두면 클라우드 전환이 느려진다. 고객은 익숙한 프로그램에 남고, 회사는 유지보수 비용을 계속 부담하며, 반복 과금의 속도는 늦어진다. 그래서 단종은 제품 종료가 아니라 가격 체계 전환을 강제하는 사건이다.
WEHAGO의 공식 제품 설명은 “기업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연결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한다는 식으로 확장된다. 이 표현을 그대로 성장 서사로 쓰면 약하다. 강한 지점은 더 좁다. 회계와 세무라는 필수 업무가 플랫폼의 입구가 되고, 그 입구에 협업·문서·인사·경비·전자세금계산서가 붙는다는 구조다. 입구가 약하면 주변 기능도 약하다. 입구가 강하면 주변 기능은 교차판매가 된다.
따라서 더존의 클라우드 전환은 소비자용 앱의 구독 전환과 다르다. 음악 스트리밍은 해지하면 음악을 못 듣는다. 회계 SaaS는 해지하면 장부, 신고, 과거 데이터, 세무사 업무 흐름이 흔들린다. 이 차이가 구독 매출의 질을 바꾼다. 같은 “월 구독”이라도 한쪽은 취향 비용이고, 다른 한쪽은 업무 지속 비용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구독 전환이 너무 빨라 고객 불만이 커지면 경쟁사가 들어온다. 전환 과정에서 데이터 이전이 불편하면 고객 신뢰가 깨진다. AI나 협업 기능이 실제 업무 시간을 줄이지 못하면 추가 과금의 명분도 약해진다. 그래서 더존의 다음 질문은 단순히 “클라우드 전환율이 높아졌나”가 아니라, “필수 장부 입구를 유지한 채 주변 기능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붙였나”다.
이 막의 끝에서, 그 의무 데이터가 새 사업을 연 순간으로 넘어간다.
6막 — 의무 데이터가 금융을 연 순간
왜 SW 회사가 금융에 손댔나. 2019년 5월, 더존은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됐다. 기업들의 실시간 세무·회계 데이터로 중소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고, 같은 해 8월 미래에셋캐피탈과 매출채권 유동화(팩토링) 사업 협약을 맺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짚는다. 첫째, 주체 정정 — 더존이 ‘제도를 자기에게 맞춰 연’ 게 아니라 금융위 샌드박스에 신청해 승인받은 것이다. 둘째, 한계 명시 — 이 핀테크·팩토링이 매출 4,463억 중 얼마인지는 공개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니 “정체성이 금융으로 넘어갔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남길 수 있는 인과는 하나다 — 의무가 강제로 모아 준 데이터였기에, 그것이 신용평가의 원료가 될 수 있었다. 길목을 쥐면, 그 길로 흐르는 데이터까지 쥐게 된다.
더존의 공식 연혁을 보면 이 흐름은 단발 이벤트가 아니다. 2021년 기업정보조회업 본허가, 2022년 테크핀레이팅스 설립, 2023년 기업신용등급제공업 예비허가 같은 항목이 이어진다. 회계 소프트웨어가 금융으로 넘어갔다기보다, 회계 데이터가 신용평가·매출채권·기업정보 서비스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하나씩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가장 큰 유혹을 피해야 한다. “더존은 데이터 은행이다”라고 쓰면 멋있다. 하지만 재무제표가 보여주는 본체는 여전히 기업용 SW와 ERP다. 데이터 금융은 옵션 또는 확장 축이다. 본문이 강해지려면 옵션을 본체처럼 부풀리는 대신, 옵션이 왜 생겼는지의 경로를 보여줘야 한다. 그 경로는 세무·회계 장부 → 반복 입력 데이터 → 기업 현금흐름과 매출채권 정보 → 신용평가·팩토링 가능성이다.
은행은 대출을 해 주기 전에 차주의 장부를 보고 싶어 한다. 더존은 그 장부가 입력되는 화면 가까이에 있다. 이 위치는 강력하다. 하지만 강력한 위치가 곧 금융 실적을 뜻하지는 않는다. 더존의 2025년 손익계산서에서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매출 4,463억, 영업이익 1,277억, 당기순이익 923억이다. 핀테크가 이 숫자 중 얼마를 만들었는지는 별도 공시 없이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막의 결론은 절제되어야 한다. 더존은 금융회사가 된 것이 아니다. 더존은 금융회사가 보고 싶어 하는 데이터를 가진 소프트웨어 회사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전자는 이미 수익이 증명된 본체이고, 후자는 아직 손익 기여를 확인해야 하는 옵션이다. EQT가 더존을 산 이유도 이 옵션 하나보다, 본체가 이미 만드는 예측가능 현금흐름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 막의 끝에서, 그 길목이 만든 숫자의 두께를 확인한다.
7막 — 두 점으로 그린 곡선, 그 너머의 두께
얼마나 두꺼운가, 그리고 어디서 새는가. 9년간 매출은 1,768억에서 4,463억으로 2.5배, 영업이익은 384억에서 1,277억으로 3.3배 커졌다. 이익이 매출보다 빨리 자란 것은 마진율이 올랐다는 뜻이지만 — 여기에 흔한 함정이 있다.
이익 배수(3.3배)가 매출 배수(2.5배)보다 큰 것은 마진율 상승의 산술적 그림자일 뿐, “왜 두꺼운가”의 증명이 아니다(어떤 성공 SW도 마진율이 오르면 이렇게 보인다). 진짜 두께는 영업이익률 28.6%(연간)라는 수준 자체에 있고, 그 수준의 뿌리는 2막에서 본 의무 단말 락인이다.
그리고 두께에는 새는 곳도 있다. 2025년 당기순이익은 923억으로, 영업이익 1,277억보다 약 354억(28%) 적다. 이 차이는 본업이 아니라 영업외(금융·기타)에서 빠진 것이다. “바닥까지 두껍다”가 아니라 — 본업은 두껍고, 영업외에서 일부가 샌다가 정확한 방향이다.
현금흐름표는 이 판단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2025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96억이다. 영업이익 1,277억보다 조금 많고, 당기순이익 923억보다 훨씬 많다. 이것은 좋은 신호다. 회계상 이익이 장부에만 남은 것이 아니라, 실제 영업 현금으로 내려왔다는 뜻에 가깝다. 물론 영업CF 하나만으로 품질을 끝낼 수는 없다. 하지만 바이아웃 관점에서는 바로 이 숫자가 중요하다. 이익이 현금으로 내려와야 인수금융 이자, 배당, 재투자, 추가 인수 자금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c.select("CF", ["영업활동현금흐름", "투자활동현금흐름", "재무활동현금흐름"], freq="Y") | 항목 (1년치 합산, 억원) | 2025 | 2024 | 2023 | 2022 |
|---|---|---|---|---|
| 영업활동현금흐름 | 1,296 | 1,036 | 1,012 | 773 |
| 투자활동현금흐름 | -1,000 | -345 | -685 | 304 |
| 재무활동현금흐름 | — | — | — | — |
여기서도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는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5년 -1,000억이다. 영업으로 번 현금이 모두 주주에게 남은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개발, 금융상품, 관계회사, 설비·무형자산 같은 투자 흐름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확정할 수 있는 문장은 이것이다. 본업은 1,000억대 현금을 만들고, 회사는 그 현금을 다시 플랫폼과 확장에 투입했다.
더존이 PE 타깃으로 강한 이유는 바로 이 조합이다. 매출 성장률이 폭발적이지 않아도 된다. 영업CF가 안정적이고, 고객 이탈이 낮고, 가격을 조금씩 올릴 수 있으며, 반복 업무를 구독으로 전환할 수 있으면 된다. 상장시장에서는 “AI로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가 큰 질문이지만, 인수시장에서는 “현재 현금흐름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확실하게 가져갈 수 있는가”가 더 큰 질문이 된다.
2026년 1분기도 이 방향을 크게 깨지 않는다. 2026Q1 매출은 1,166억, 영업이익은 350억, 당기순이익은 228억이다. 단순 연환산은 조심해야 하지만, 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30%다.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본업의 수익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의 역설이 더 강해진다. 문제가 있어서 떠나는 회사가 아니라, 장부가 가장 좋아진 순간 증시 밖으로 이동하는 회사다.
이 막의 끝에서, 그 두꺼운 본업을 회사가 정점에서 통째로 넘긴 장면으로 닫는다.
8막 — 정점에서 길목을 통째로 넘기다
왜 가장 잘나갈 때 팔았나. 2025년 11월, 김용우 회장과 신한금융 계열 등은 보유 지분 약 34.85%를 EQT 측 특수목적회사 도로니쿰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가격은 주당 12만 원, 거래 규모는 약 1조 3천억 원으로 보도·공시됐다. 2026년 2월에는 잔여 지분 대상 공개매수가 시작됐고, 공개매수가는 같은 12만 원이었다. 3월 말에는 도로니쿰이 사실상 90% 수준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리고 5월 더존비즈온 이사회는 도로니쿰을 완전모회사로 하는 간이주식교환을 결의했다. 주식교환일은 2026년 6월 30일, 교부금은 1주당 12만 원이다.
여기서 인과를 단정하지 않는다. “데이터 자산이라서 팔렸다”는 사후 합리화일 수 있다 — 사모펀드 바이아웃은 데이터 가치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높은 마진을 표준 타깃으로 삼는다. 사모펀드가 인수해 배당으로 현금을 거둬간 한온시스템이 그 셈법의 다른 사례다. 그러니 데이터가 없어도 더존은 PE의 좋은 먹잇감이다. 단 한 가지, 그 예측가능성의 원천만은 이 회사 고유다 — 법이 모든 기업에 강제하는 의무 매출. 경기가 좋든 나쁘든 기업은 세금 신고를 해야 하고, 그 장부의 단말은 더존이 쥐고 있다. 사모펀드가 1조 3천억을 베팅한 것은 ‘좋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법이 보증하는 현금흐름이었다.
이 구조에서 소액주주의 위치도 분리해서 봐야 한다. 공개매수가 12만 원은 경영권 지분 매입 단가와 같은 가격으로 제시됐다. 이후 간이주식교환도 12만 원 현금교부 구조다. 이것은 “소액주주에게 프리미엄을 전혀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대로 “모두에게 완벽히 공정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상장폐지 거래의 핵심은 언제나 같다. 가격이 정해지는 순간, 남은 주주는 장기 성장에 참여할 권리 대신 현금을 받고 나가게 된다.
그래서 12만 원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다. 상장시장에서 더존을 계속 볼 수 있느냐, 아니면 비상장 완전자회사 안으로 들어가느냐를 가르는 문턱이다. 2026년 6월 30일 주식교환이 끝나면 더존의 장부는 계속 돌아가지만, 공개시장의 가격 발견은 사라진다. 기업은 남고, 상장 종목은 사라진다. 이 문장 때문에 더존 글은 단순 기업분석이 아니라, 좋은 회사가 증시 밖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된다.
EQT 입장에서 이 거래가 성립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인수 이후에도 고객 이탈이 낮아야 한다. 둘째, 영업현금흐름이 인수금융과 운영비를 버틸 만큼 안정적이어야 한다. 셋째, 비상장 상태에서 가격·구독·제품 번들링·해외 확장·AI 기능을 상장시장 눈치보다 더 빠르게 손볼 수 있어야 한다. 더존은 이 세 가지 중 적어도 앞의 두 가지를 숫자로 보여준다. 2025년 영업CF 1,296억과 연간 OPM 28.6%가 그것이다.
다만 인수자의 셈법이 회사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모펀드는 영구 소유자가 아니다. 언젠가 재매각, 배당, 합병, 재상장, 해외 전략 투자자 매각 중 하나를 검토한다. 더존의 다음 장은 공개시장 투자자가 아니라 새 주인의 회수 전략 속에서 쓰인다. 이 점이 더존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안 쓰면 안 되는 장부 단말’이라는 안정성은 매력적이지만, 그 안정성을 얼마나 짜내느냐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12만 원이라는 문턱 — 주식은 사라져도 장부는 남는다
12만 원은 이번 거래에서 반복해서 등장한다. 경영권 지분 거래의 주당 가격도 12만 원, 공개매수가도 12만 원, 간이주식교환 교부금도 1주당 12만 원이다. 그래서 이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문턱이다. 이 문턱을 넘으면 더존 주식은 현금으로 바뀌고, 투자자는 회사의 다음 장에 참여할 권리를 잃는다.
상장폐지 거래를 볼 때 흔한 오해가 있다. “좋은 가격이면 됐다” 또는 “상장폐지는 무조건 나쁘다” 둘 중 하나로 단정하는 것이다. 둘 다 너무 빠르다. 공개매수와 주식교환은 소액주주에게 현금화 경로를 제공한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회사가 더 좋아질 가능성에 남아 있을 권리를 닫는다. 가격은 그 권리를 얼마로 평가할지의 문제다. 그래서 12만 원의 적정성은 단순 주가 프리미엄이 아니라, 더존의 의무 단말 현금흐름을 얼마나 길게 볼 것이냐의 문제다.
더존의 경우 이 질문이 더 날카롭다. 회사가 적자라서 구조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2025년 영업이익률 28.6%, 영업CF 1,296억, 2026Q1 영업이익 350억은 상장폐지 직전에도 본업이 건재하다는 증거다. 그러니 주주가 받는 12만 원은 부실 탈출 가격이 아니라, 좋은 회사를 증시 밖으로 넘기는 가격이다. 이 차이를 읽어야 한다.
회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무사 사무실의 장부도, 중소기업의 ERP도, WEHAGO 구독도, D-클라우드 데이터센터도 계속 남는다. 사라지는 것은 매일 호가창에서 가격이 발견되는 상장 주식이다. 더존이라는 사업은 남고, 더존이라는 공개 종목은 닫힌다. 이 한 줄이 이번 거래의 본질이다.
비교해야 할 대상 — 어도비보다 카드망에 더 가깝다
더존을 “한국의 어도비” 같은 말로 부르면 읽기 쉬워진다. 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진다. 어도비는 창작 툴을 구독으로 바꾼 회사다. 제품 경쟁력과 파일 포맷, 디자이너 생태계가 해자다. 더존은 회계·세무 업무의 신고 흐름에 들어간 회사다. 파일 포맷보다 신고 달력, 창작자 취향보다 세무사 업무 루틴, 소비자 가격 저항보다 기업 업무 중단 위험이 더 중요하다.
오히려 더존은 카드망이나 결제 인프라와 닮은 구석이 있다. 카드망은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고, 가맹점이 결제를 받아야 돌아간다. 더존은 기업이 장부를 입력하고, 세무사가 신고를 처리하고, 국세청 양식에 맞춰야 돌아간다. 둘 다 눈에 띄는 소비자 감동보다는, 끊기면 모두가 곤란한 업무 배관에 가깝다.
물론 더존이 비자나 마스터카드처럼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 세무·회계 제도에 강하게 묶인 국내형 업무 배관이다. 이 점은 강점이자 한계다. 국내에서는 깊다. 해외에서는 새로 파야 한다. 그래서 더존의 글로벌 확장 서사는 항상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 한국의 의무 장부 해자가 해외에 자동 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비교가 중요한 이유는 밸류에이션 질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도비식 렌즈로 보면 AI와 구독 성장률을 먼저 본다. 카드망식 렌즈로 보면 거래량, 이탈률, 가격 인상력, 규제, 반복 현금흐름을 먼저 본다. 더존은 둘의 중간에 있지만, 이번 거래에서는 후자의 렌즈가 더 강하다. 사모펀드가 산 것은 멋진 앱이라기보다, 매년 신고 시즌마다 다시 켜지는 업무 배관이다.
안 써도 그만인 프로그램 한 자루가, 안 쓰면 안 되는 1조 3천억짜리 길목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길목은 이제 증시 밖에서, 새 주인의 손으로 넘어간다. 같은 ‘자기 시장·모델을 만든 돌파자’ 계열로, 연어 분자로 카테고리를 연 파마리서치, 렌탈 모델을 발명하고 주인이 세 번 바뀐 코웨이가 있다 — 셋 다 ‘무엇을 쥐었느냐’가 운명을 갈랐다. 잘나가는 회사가 정점에서 스스로 문을 닫는 이 역설의 답은 — 길목을 쥔 자에게는 시장의 박수보다 안정된 현금이 더 값지다는 사모펀드의 셈법에 있다.
과거~현재 패턴 — 의무 단말이 플랫폼으로 번진다
더존의 30년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필수 장부 단말을 잡고 주변 업무를 붙였다”다. 처음에는 회계 프로그램이었다. 다음에는 ERP였다. 그 다음에는 클라우드였다. 그 다음에는 WEHAGO 업무 플랫폼과 데이터센터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테크핀·신용평가·AI 업무 도구가 붙었다. 겉으로는 제품명이 계속 바뀌지만, 안쪽의 움직임은 같다. 필수 장부의 입구를 유지하면서 그 옆에 새로운 업무를 붙이는 것이다.
이 패턴은 네이버나 카카오의 플랫폼 확장과 다르다. 인터넷 플랫폼은 트래픽을 모아 광고·커머스·콘텐츠로 확장한다. 더존은 트래픽이 아니라 업무 의무를 모은다. 그래서 사용 빈도가 덜 화려해도, 끊기면 안 되는 성격이 강하다. 회계 장부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세법과 신고 양식은 바뀌지만, 장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더존의 과거~현재 패턴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두 번이다. 첫 번째는 설치형 단말을 시장에 깊게 깐 시기다. 2016년 이미 OPM 21.7%였다는 숫자가 이 시기를 증명한다. 두 번째는 그 단말을 클라우드 구독으로 옮긴 시기다. 2025년 OPM 28.6%와 영업CF 1,296억은 전환이 손익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세 번째 전환점은 지금이다. 공개시장에서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이동하는 전환이다.
이 세 번째 전환은 제품 변화가 아니라 소유 구조 변화다. 제품은 계속 더존 이름으로 팔릴 것이다. 고객도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질문은 바뀐다. 상장기업일 때는 분기 실적, PER, 주가, 주주환원, 공시가 질문이었다. 비상장 완전자회사가 되면 가격 인상, 비용 절감, 신사업 번들링, 해외 매각 가능성, 재상장 가능성이 질문이 된다. 더존의 장부는 그대로지만, 독자가 봐야 할 렌즈는 바뀐다.
산업 패턴 — 기업용 SW는 소비자 앱처럼 늙지 않는다
기업용 SW는 소비자 앱과 다르게 늙는다. 소비자 앱은 취향이 바뀌면 버려진다. 기업용 SW는 업무 프로세스 안에 들어가면 오래 남는다. 특히 회계·세무 SW는 더 오래 남는다. 매출채권, 급여, 거래처, 재고, 세금, 전자세금계산서, 법인세 신고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기업용 SW 회사는 제품이 화려해서라기보다, 고객의 업무 순서가 자기 제품 안에서 굳어질 때 강해진다.
이 산업에서 AI는 양날이다. AI가 회계 입력과 증빙 분류, 세무 검토, 경비 처리, 결산 지원을 자동화하면 더존 같은 기존 단말 보유자는 유리하다. 이미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AI가 장부 입력의 표준 인터페이스를 바꿔 버리면 기존 단말의 위치가 약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더존의 AI 서사는 “AI를 한다”가 아니라, “기존 장부 데이터 위에 AI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붙는가”로 봐야 한다.
해외 확장도 같은 논리다. 한국에서 강한 이유가 한국 세무·회계 신고 의무와 업무 관행이라면, 해외에서는 그 강점이 자동으로 복제되지 않는다. 세법, 회계 기준, 세무 대리인 구조, 전자신고 시스템, 중소기업 ERP 문화가 다르다. 더존의 국내 해자는 해외에서는 새로 구축해야 할 로컬라이제이션 비용이 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SaaS 멀티플을 그대로 붙이는 것도 위험하고, 국내 독점형 소프트웨어 가치만 보는 것도 좁다.
더존을 읽을 때 가장 좋은 비교축은 그래서 “성장 SaaS”와 “규제 인프라”의 중간이다. 성장 SaaS처럼 구독 전환과 AI를 본다. 규제 인프라처럼 반복 의무와 전환비용을 본다. 두 렌즈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한쪽만 잡으면 과장된다. SaaS 렌즈만 보면 너무 낙관적이고, 규제 인프라 렌즈만 보면 너무 정체적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가 틀리는 조건
강한 이야기는 깨지는 조건을 갖고 있어야 한다. 더존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의무 장부의 길목”이라는 결론은 숫자와 구조로 꽤 강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바뀌면 약해진다.
첫째, 구독 전환이 고객 불만과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다. 설치형 단종 이후 고객이 WEHAGO 또는 후속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지 못하면, 길목의 힘은 생각보다 약하다는 뜻이다. 둘째, 영업이익률이 20%대 중후반에서 꺾이는 경우다. 2025년 28.6%, 2026Q1 약 30% 수준이 유지되지 못하면 구독 전환의 질을 다시 봐야 한다.
셋째,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영업이익을 계속 밑도는 경우다. 2025년에는 영업CF 1,296억이 영업이익 1,277억과 비슷했다. 이 균형이 깨지면 바이아웃의 현금 회수 논리도 약해진다. 넷째, 핀테크·AI·클라우드 신사업이 매출 기여 없이 비용만 키우는 경우다. 더존은 좋은 옵션을 많이 갖고 있지만, 옵션은 비용을 먹는다.
다섯째, 상장폐지 이후 가격 인상이나 번들링이 고객 반발을 부르는 경우다. 비상장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구조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회계 소프트웨어 고객은 보수적이다. 너무 빠른 가격 인상은 경쟁사를 부를 수 있고, 세무사 생태계의 반발을 만들 수 있다. PE의 회수 욕심과 고객의 안정성 요구가 부딪히는 순간, 더존의 해자는 시험대에 오른다.
마지막 판단 — 더존은 성장주라기보다 사라지는 업무 배관이다
더존을 성장주로만 읽으면 답이 흔들린다. AI, 클라우드, 테크핀, 해외 진출 같은 단어는 모두 성장주 언어다. 실제로 더존도 그 단어들을 쓴다. 하지만 이번 거래가 보여준 더 강한 얼굴은 성장주가 아니라 업무 배관이다. 매년 결산과 세무 신고가 돌아오고, 중소기업과 세무사 사무실이 같은 화면을 열고, 그 화면 위에서 데이터가 쌓인다. 이 배관이 너무 안정적이라서 사모펀드가 증시 밖으로 가져갔다.
이 말은 더존의 성장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성장 옵션은 남아 있다. WEHAGO 전환, OmniEsol, AI 업무 자동화, 테크핀레이팅스, 기업정보조회업은 모두 장부 데이터 위에 붙을 수 있는 확장 축이다. 다만 이 옵션들의 가치는 본체가 흔들리지 않을 때만 의미가 있다. 본체는 세무·회계 장부 단말이다. 옵션이 본체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본체가 옵션을 허용한다.
그래서 더존을 기억할 때 가장 중요한 문장은 이것이다. 좋은 소프트웨어라서 팔린 게 아니라, 안 쓰면 안 되는 업무 배관이라 팔렸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좋은 소프트웨어는 경쟁자가 더 좋은 기능을 만들면 흔들린다. 업무 배관은 고객의 신고 달력, 세무사 루틴, 과거 장부 데이터, 전자신고 양식이 함께 붙어 있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로 그 끈적함이 영업이익률 28.6%와 영업CF 1,296억의 밑바닥이다.
다음 공시에서 봐야 할 것도 이 문장으로 정리된다. AI 기능 발표보다 고객 이탈과 구독 전환을 먼저 본다. 해외 진출 발표보다 국내 장부 단말의 가격 인상력과 세무사 생태계 반응을 먼저 본다. 금융 신사업보다 영업CF가 영업이익을 따라오는지 먼저 본다. 더존은 화려한 앱이 아니라 끊기면 곤란한 배관이다. 주식은 12만 원 현금으로 사라질 수 있지만, 그 배관이 다음 주인의 손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계속 봐야 한다.
2026년 6월 30일 이후에는 질문의 순서도 바뀐다. 주가 차트는 더 이상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제품 공지, 채용, 금융업 인허가, 고객 이전 정책, 가격표 변화, 감사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가 더 중요해진다. 공개 종목일 때는 분기 실적 발표가 중심이었지만, 비상장 완전자회사에서는 사업의 작은 운영 변화가 더 큰 신호가 된다. 그래서 더존의 다음 독자는 투자자만이 아니다. 세무사, ERP 경쟁사, 중소기업 CFO, 그리고 상장폐지 거래를 보는 모든 주주가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안 쓰면 안 되는 길목은 새 주인 아래서 더 좋아질까, 아니면 더 비싸질까.” 이 질문 하나가 남아 있으면 더존은 상장폐지 뒤에도 계속 읽을 가치가 있다. 숫자는 닫혀도 관찰은 끝나지 않는다.
상장폐지 이후 더존을 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뉴스의 크기”가 아니라 “업무 배관의 마찰”을 보는 것이다. 가격표가 바뀌었는데 고객이 조용한가, 구독 전환이 빨라졌는데 세무사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는가, AI 기능이 붙었는데 실제 결산 시간이 줄었는가. 이 작은 운영 질문들이 더존의 진짜 해자를 보여준다.
투자 포인트 — 2026년에 봐야 할 여섯 가지
※ 자진 상장폐지가 마무리되면 일반 투자자는 주식으로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아래는 회사(또는 비상장 이후의 사업)를 이해하기 위한 관전 포인트다.
- 간이주식교환 마무리 — 2026년 6월 30일 주식교환과 12만 원 현금교부가 예정대로 끝나는지. 이 절차가 끝나야 공개시장 더존은 사실상 닫힌다.
- EQT 체제의 과금 전략 — 사모펀드는 현금흐름을 회수해야 한다. 의무 단말 위 구독 단가·번들링·갱신율을 어떻게 조정하는가.
- 클라우드 구독 전환율 — 설치형 Smart A를 단종한 만큼, WEHAGO와 후속 플랫폼의 구독 매출 비중이 계속 오르는지. 전환이 정체되면 길목의 현금화 속도가 둔해진다.
- 핀테크·매출채권 사업의 실체 — 의무 데이터가 연 금융 사업이 매출에서 얼마나 자라는가. 꼬리인지 새 몸통인지.
- 영업외 누수(영업이익 vs 순이익 격차) — 2025년 354억 갭이 좁혀지는지. 본업의 두께가 최종 이익까지 내려오는가.
- 비상장 이후 회수 경로 — 배당, 비용 절감, 해외 확장, 전략적 매각, 재상장 중 어떤 길을 택하는가. 이때 고객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는지가 핵심이다.
검증표
본문의 모든 인용 수치를 dartlab 호출과 결과로 검증한다. 외부 출처는 분리 표기. 📅 dartlab 실측 2026-06-19 · 더존비즈온(012510) 연결(CFS) 기준.
| 본문 수치 | 출처 / dartlab 호출 | 결과 |
|---|---|---|
| 매출 1,768억(2016) → 4,463억(2025), 2.5배 | c.select("IS",["매출액"],freq="Y") | ✓ 실측 |
| 영업이익 384억(2016) → 1,277억(2025), 3.3배 | c.select("IS",["영업이익"],freq="Y") | ✓ 실측 |
| 영업이익률 2016 21.7%(SaaS 전 이미 두꺼움) → 2025 28.6%(연간) | 영업이익÷매출 | ✓ 실측 |
| 당기순이익 2025 923억 — 영업이익 1,277억 대비 약 354억 영업외 누수 | c.select("IS",["당기순이익","영업이익"],freq="Y") | ✓ 실측 |
| 부채비율 약 79%(2025, 부채 4,982억/자본 6,318억) | c.select("BS",["부채총계","자본총계"],freq="Y") | ✓ 실측 |
| 영업활동현금흐름 2025 1,296억 | c.select("CF",["영업활동현금흐름"],freq="Y") | ✓ 실측 |
| 2026Q1 매출 1,166억·영업이익 350억·당기순이익 228억 | c.select("IS",["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freq="Q") | ✓ 실측 |
| 영업이익률 36.3%는 4분기 단일 분기치 — 연간은 28.6% | 분기 vs 연간 구분 | ✓ 정정(혼동 금지) |
| 2025 연간 매출 4,463억·영업이익 1,277억, 4분기 OPM 36.3% | 더존비즈온 2025 실적 보도자료 + dartlab | ✓ 공식·실측 |
| Smart A 10은 중소기업·세무회계사무소 대상 핵심 제품, 회사 제품 페이지의 90% 이상 사용 문구 | Smart A 10 공식 제품 페이지 | 회사 공식 설명 |
| WEHAGO는 기업 업무 솔루션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 WEHAGO 공식 제품 페이지 | 회사 공식 설명 |
| 2011 D-클라우드센터, 2021 기업정보조회업 본허가, 2022 테크핀레이팅스 설립, 2023 기업신용등급제공업 예비허가 | 더존비즈온 공식 연혁 | 회사 공식 연혁 |
| 2025.11 경영권 지분 약 34.85%, 약 1조3천억, 주당 12만원 인수 | KRX 공개매수설명서의 선행 주식매매계약 설명 + 언론 교차확인 | 외부 인용 |
| 2026.2~3 공개매수: 주당 12만원, 잔여 지분 대상, 이후 사실상 90% 지분 확보 | KRX 공개매수설명서 · KRX 최대주주변경 + 연합뉴스 | 외부 인용 |
| 2026.6.30 간이주식교환, 교부금 1주당 120,000원, 완전자회사 편입 | 더존비즈온 주권 제출 및 실효 통지 · 간이주식교환 공고 | 회사 공식 공고 |
본문의 숫자 중 이 표에 없는 것은 발행 차단 대상이다.
분기 실적 · 최근 8분기
가장 최신 흐름부터 봅니다(단위 억원, 연결 기준). 손익·현금흐름은 단일분기 환산, 재무상태는 기말 시점입니다:
import dartlab c = dartlab.Company("012510") c.select("IS", freq="Q") # 손익계산서 (분기) c.select("BS", freq="Q") # 재무상태표 c.select("CF", freq="Q") # 현금흐름표
분기 손익 (IS) · 단위 억원
| 항목 | 24Q2 | 24Q3 | 24Q4 | 25Q1 | 25Q2 | 25Q3 | 25Q4 | 26Q1 |
|---|---|---|---|---|---|---|---|---|
| 매출액 | 994 | 970 | 1,115 | 986 | 1,059 | 1,147 | 1,271 | 1,166 |
| 영업이익 | 204 | 201 | 295 | 216 | 252 | 348 | 461 | 350 |
| 당기순이익 | 107 | 107 | 201 | 120 | 176 | 234 | 393 | 228 |
분기 재무상태 (BS) · 단위 억원 · 기말 시점
| 항목 | 24Q2 | 24Q3 | 24Q4 | 25Q1 | 25Q2 | 25Q3 | 25Q4 | 26Q1 |
|---|---|---|---|---|---|---|---|---|
| 자산총계 | 9,895 | 9,953 | 10,376 | 10,422 | 10,452 | 10,729 | 11,300 | 11,480 |
| 부채총계 | 4,627 | 4,576 | 4,828 | 4,940 | 4,796 | 4,835 | 4,982 | 5,173 |
| 자본총계 | 5,268 | 5,377 | 5,548 | 5,483 | 5,656 | 5,893 | 6,318 | 6,308 |
분기 현금흐름 (CF) · 단위 억원 · 단일분기
| 항목 | 24Q2 | 24Q3 | 24Q4 | 25Q1 | 25Q2 | 25Q3 | 25Q4 | 26Q1 |
|---|---|---|---|---|---|---|---|---|
| 영업활동현금흐름 | 237 | 146 | 403 | 200 | 264 | 393 | 439 | 224 |
| 투자활동현금흐름 | -206 | 57 | -203 | -82 | -692 | -751 | 525 | 64 |
| 재무활동현금흐름 | -136 | -146 | 232 | -14 | -215 | -225 | 217 | -24 |
최신 · dartlab 실측(HF 공개 데이터 · 연결) · 최신 분기 26Q1 · 빌드 시점 자동 갱신
재무제표 · 최근 5개년
아래는 최근 5개년 요약입니다(단위 억원, 연결 기준). 전체 기간·분기별 데이터는 dartlab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import dartlab c = dartlab.Company("012510") c.select("IS", freq="Y") # 손익계산서 (연간) c.select("BS", freq="Y") # 재무상태표 c.select("CF", freq="Y") # 현금흐름표
손익계산서 (IS) · 단위 억원
| 항목 | 2025 | 2024 | 2023 | 2022 | 2021 |
|---|---|---|---|---|---|
| 매출액 | 4,463 | 4,023 | 3,536 | 3,043 | 3,188 |
| 매출원가 | 2,225 | 2,183 | 2,008 | 1,844 | 1,764 |
| 매출총이익 | 2,238 | 1,840 | 1,528 | 1,199 | 1,424 |
| 영업이익 | 1,277 | 881 | 691 | 455 | 712 |
| 금융수익 | 29 | 179 | 23 | 42 | 14 |
| 금융비용 | 237 | 202 | 169 | 97 | 72 |
| 당기순이익 | 923 | 780 | 343 | 231 | 544 |
재무상태표 (BS) · 단위 억원
| 항목 | 2025 | 2024 | 2023 | 2022 | 2021 |
|---|---|---|---|---|---|
| 자산총계 | 11,300 | 10,376 | 8,833 | 8,329 | 9,003 |
| 유동자산 | 2,600 | 2,159 | 1,256 | 1,439 | 2,251 |
| 비유동자산 | 8,699 | 8,217 | 7,577 | 6,890 | 6,753 |
| 부채총계 | 4,982 | 4,828 | 4,380 | 3,944 | 3,986 |
| 유동부채 | 4,735 | 2,043 | 4,155 | 1,377 | 3,854 |
| 비유동부채 | 247 | 2,785 | 225 | 2,567 | 132 |
| 자본총계 | 6,318 | 5,548 | 4,453 | 4,385 | 5,017 |
현금흐름표 (CF) · 단위 억원
| 항목 | 2025 | 2024 | 2023 | 2022 | 2021 |
|---|---|---|---|---|---|
| 영업활동현금흐름 | 1,296 | 1,036 | 1,012 | 773 | 607 |
| 투자활동현금흐름 | -1,000 | -345 | -684 | 304 | -1,290 |
| 재무활동현금흐름 | -237 | -64 | -327 | -950 | 4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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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cel 365: File → Get Data → From File → From Parquet 로 바로 열립니다. Python: pl.read_parquet(url) · DuckDB: SELECT * FROM read_parquet('url')